필수의료지원법에 담길 거점의료기관 지정 기준이 지역 의료공백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를 맡을 거점의료기관의 지정 조건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적 지정이 실제 진료 공백 해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정 기준의 핵심은 지역의 필요성

거점의료기관은 중증·응급 진료를 비롯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하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역할이 예상된다. 다만 의료기관의 규모나 기존 시설만을 기준으로 지정할 경우, 의료 수요와 공급 여건이 서로 다른 지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도시와 농어촌, 섬·산간 지역은 환자 이동 거리와 교통 여건, 의료인력 확보 가능성에서 차이가 크다. 따라서 지정 기준에는 진료과목과 장비 같은 기관 역량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인구 구조, 응급환자 이송 시간, 생활권 내 의료기관 분포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관 지정 이후가 더 큰 과제

거점기관으로 지정하더라도 전문인력과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목상의 지정에 그칠 수 있다. 필수의료는 수요 변동이 크고 운영 비용 부담이 높아, 의료기관에 책임만 부여하는 방식으로는 진료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인력 채용과 유지, 당직 운영, 시설·장비 관리에 필요한 지원 기준을 법과 하위 제도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거점기관이 모든 진료를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 내 병원·의원, 소방·응급이송체계와 역할을 나누는 연계 모델도 요구된다. 환자 의뢰와 회송, 전원 기준이 작동해야 거점기관의 과부하를 막고 지역 전체의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성과 평가는 주민의 진료 경험 중심으로

필수의료지원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지정 여부보다 정책 시행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응급환자 이송과 진료 접근성, 대기시간, 필수진료 유지 여부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표를 활용하고, 지역별 여건에 맞춰 정기적으로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

결국 거점의료기관 지정은 지역의료 강화의 출발점에 가깝다. 정부가 법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기관 선정 기준과 함께 지원 재정, 인력 대책, 의료기관 간 협력, 사후 평가를 하나의 체계로 설계할 수 있을지가 지역 의료공백 해소의 관건으로 꼽힌다.